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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조례

경기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국에서 손에 꼽을 만큼 많은 축에 속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경기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8천511만t으로, 충청남도(1억5천475만t), 전라남도(9천100만t) 다음으로 많았다. 전력 소비량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간접배출량에선 경기도가 6천310만t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감축 목표' 어디 있나…

힘 빠진 온실가스 조례

경기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며, 최다 사업체가 있다. 기업과 개인이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규제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존재한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경기도의 대비가 보다 체계적이고 촘촘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도는 지난 7월19일 시행된 '경기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를 근거로 본격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의 구상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도의 탄소중립 조례는 이 같은 목표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인 '경기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례 완성도와 관련한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정부의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 3월 시행된 데 이어 약 4개월만에 도 조례가 제정된 점을 고려하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도의 관심도 높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조례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례상에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지 않은 데다, 탄소중립 관련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존재감이 지금 조례만으론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정부 목표와 발맞춰 제정 했지만
구체적 수치는 제외… 한계 지적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관계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로서 2030년 감축 목표를 조례에 담아야 한다고 도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현 조례상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행정1부지사가 맡게 되는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도지사가 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위원회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보다 강력한 탄소중립 의지를 조례에 담으라는 것인데, 도와 비슷한 시기에 탄소중립 조례가 시행된 성남시의 경우 '2030년까지 2018년의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퍼센트 이상의 비율을 감축하는 것을 성남시 감축목표로 한다'고 조례에 명시하기도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정부 감축 계획에 발을 맞춰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지자체의 탄소중립 의지를 조례에 담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도는 다음 달 탄소중립 기본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중 1인을 기존 행정1부지사에서 도지사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로드맵격인 탄소중립 기본계획 마련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중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경기도·군포시·고양시·성남시·과천시·하남시·광명시 등 7곳에 불과하다. 최근 입법예고를 한 양주시·부천시·용인시·포천시를 포함해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기후위기의 절박성을 호소하며 지자체에 조례 제정을 채근하고, 시민들에게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역시 우리동네 이웃들이다.

경기도에는 현재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공감한 시민들을 중심으로 '주민조례청구' 운동이 작은 규모이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자체적으로 경기도 탄소중립 기본조례 '시민표준안'을 만든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측은 지난 4월부터 전 도민을 상대로 주민발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18세 이상 도민의 1%인 11만여명의 연서를 받아 시민표준안을 도 조례로 만드는 것이었다.

도가 이보다 먼저 탄소중립 조례를 제정한 탓에 시민표준안이 도 공식 조례로 채택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주민발안 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측은 도·도의회와 꾸준한 소통을 이어간 끝에, 시민표준안 일부를 도 조례에 반영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도내 여러 시·군에서도 시민들 주도로 탄소중립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안성 시민들은 '안성시 탄소중립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라는 이름의 시민표준안을 시 공식 조례로 만들고자 지난달 20일부터 서명 운동을 하고 있고, 수원·남양주·의정부 시민들도 같은 목적의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 조례 주민발안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경기환경운동연합 김현정 사무처장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책이 시행되면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규제책이 굉장히 많아질 것"이라며 "도가 제대로 된 탄소중립 조례를 만드는 것만큼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는 도민들의 의지를 키우고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도 탄소중립 조례 주민발안 운동을 시작하면서, 연서 인원을 11만여명으로 정한 것도 시민사회 중심의 '인식 개선' 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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