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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맞서는 사람들

경기도엔 이미 마을 단위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기후위기라는 문제에 직면한 동네 마을들은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을까.

아이스팩, 방향제로 '부활'

'공동체 나비효과' 세상 구한다

양주시 회천2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아이스팩 수십 개와 인근 카페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컵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강단에 선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주민들은 아이스팩 내용물과 색소, 특별한 용액을 잘 섞어 알록달록한 '친환경 방향제'를 만들었다.


일부는 내용물 위에 소위 '개구리알'로 익숙한 수정토를 소복이 얹어 반려식물을 심는 화분으로 탈바꿈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주민들이 직접 만든 방향제만 지난해부터 2천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냥 버려질 운명이었던 플라스틱 컵과 아이스팩을 '새활용'한 결과물이다. 주민들의 역할은 새활용 제품을 만드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만들고, 나누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까지가 이들의 역할이다. 주민들은 이날 직접 만든 친환경 방향제와 화분을 다음 경로당 급식 봉사활동 때 노인들에게 나누고, 새활용품 제작에 능숙한 일부 주민들은 '환경지킴이 강사'가 돼 관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환경교육에 나서기로 했다.

회천2동 관계자는 "지역 이웃들과 아이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주민자치위원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문제에 대한 회천2동 주민들의 관심은 동 단위에선 꽤 유별난 편이다.

양주 회천2동 '무단투기 민원' 계기
재활용품 보상에 주민들 활동 호응

홍미영 회천2동장은 "코로나 이후 쓰레기 무단투기 관련 민원이 너무 늘어나 '재활용품 보상 사업'을 시작한 게 발단이었는데, 예상보다 참여도가 높았고 거리도 점점 깨끗해지면서 주민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주민자치위원회를 주축으로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진 덕분에 재미를 붙이면서 방향제 제작처럼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회천2동은 환경 사업 규모가 예상보다 커져 전담 시설인 '새활용 탄소제로센터'를 별도로 세워 주민 참여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주민들은 스스로 겪은 '탄소중립 나비효과'가 다른 동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최혜정 회천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동네가 쾌적하게 바뀌길 바라면서 정말 쉬운 일부터 참여해본 것뿐인데,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들 성취감과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거창한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 사소한 변화도 탄소중립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의정부시 가능동 한 실내 공간에선 주민 10명이 모여 빔프로젝터 화면을 띄워 두고 치열한 토론을 이어갔다.

한 청년이 발표자로 나와 쓰레기 공동 분리배출 거점공간을 설치할 계획을 설명했고, 이어 플라스틱 개인 용기를 가져온 손님에게 샴푸 등 상품의 내용물만 따로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숍' 운영 구상도 공유했다.

발표를 들은 주민들은 예산 규모나 신축 건물의 형태, 위치 등을 꼼꼼히 물어 따진 뒤 다음 주 회의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흥선마을주민네트워크'는 주민자치회장, 마을 봉사단장, 부녀회장 등 여러 주민조합이 한데 모여 마을재생사업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자발적 주민회의체다. 최근 의정부 흥선마을은 '탄소중립 실천 마을'로 선정됐다.

이날 회의는 앞으로의 마을 단위 탄소중립 사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였다. 평소 동네 환경미화에 대한 관심도가 컸던 만큼 주민들은 처음 듣는 환경 관련 개념도 곧잘 이해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표출했다.

마을 청년협동조합 대표이자 사업 공모 과정을 주도했던 김혜영씨는 "거시적인 환경 문제라고 하면 조금 낯설어 하실 수도 있지만, 생활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분들 모두 누구보다 적극적인 분들이라 그런 관심을 반영해 사업에 공모했다"면서 "작은 부분이라도 이웃들과 함께 조금씩 성과를 보다 보면 탄소중립처럼 큰 변화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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