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과 헤어질 결심
지난 10일 오후 광명시 하안동 구름산 자락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서 최희원(42)씨를 만났다. 9년째 이곳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최씨가 꾸민 내부 공간은 다른 카페들과 사뭇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광명형 넷제로(Net-Zero) 에너지카페'라는 알림판. 커피를 마시면서도 자연스럽게 탄소중립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였다.
기꺼이 불편한 이웃들
기후변화에 맞서는 사람들
최씨는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 2013년 이곳에 카페를 차렸다. 커피 한잔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최씨의 카페도 처음엔 그랬다. 2015년부터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카페 뒤편에서 가정주부들이 만든 물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열면서부터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공간의 정체성은 우연히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함께 카페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2015년 세상을 떠난 뒤, 그에겐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났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라는 막연한 고민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제철 음식'을 찾아 먹었고, 친환경 먹거리, 농법, 채식 등에 주목했다. 최씨는 어느 순간부터 절기에 맞는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처음 인지한 시점이었다.
광명 '친환경 카페' 교육장 활용
엄마들 손수 만든 제품 플리마켓도
최씨의 카페에도 점점 초록의 색깔이 입혀졌다. 엄마들이 손수 만든 제품을 판매하던 플리마켓은 2019년부터 친환경이 테마인 '슬로어스(SlowEarth)'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광명시와 협약을 맺고 탄소중립 카페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 2020년부터는 카페 공간을 활용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씨는 자신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채식 요리 등을 교육생들과 함께 나누며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스런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최씨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결국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부 바꿔야 하는데, 혼자는 힘들지만 여럿이면 가능하다"면서 "이웃과 지역의 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엔 최씨와 같은 이웃이 또 있다. 여주시 최연소 통장인 한병주(40)씨는 지역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목소리를 작지만 꾸준히 내고 있다. 그는 7년전 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본 뒤, 지역에서 곧바로 일회용컵 회수 제품을 만드는 창업에 도전했고, 이후엔 커피 찌꺼기로 친환경 연필 등을 만드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한씨는 또 친환경 방식으로 화분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는 등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한씨는 "환경기업을 설립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